한국소설은 재미없다고 생각했었다. 아마 옛날 교과서에 나온 고지식한 문학만 읽어서 그랬는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랬던 내가 갑자기 정신을 놓고 흠뻑 빠져 단숨에 읽어버린 한국소설이 있다. 한국의 현실을 풍자하는 그들의 이야기이다. 그 2편을 가져왔다.
[책추천] 한국 풍자소설 추천 2편
1. 표백
2. 회색인간
표백

장강명 지음
한겨레출판 / 2011
○ 줄거리
‘자살 선언’의 시작이자, 외모와 지성 모든 것을 다 갖춘 ‘세연’은 너무 완벽해서 더 보낼 것이 없는 세상에 체화되는 것을 ‘표백’이라고 명명한다. 즉, 20, 30대 청년들이 사는 세대가 ‘표백 세대’인 것이다. 이런 표백 세대에는 이미 정답이 다 있어 청년들은 꿈을 꿀 수 없다. 지금 청년들만큼 가장 노력하고 똑똑한 세대는 없었다고 하지만 기성세대는 그들 개개인의 무능력 탓으로 돌린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순응하기도 거부하기도 하지만, 세연은 자살로 이를 극명하게 거부한다. 스스로를 ‘선동자’라고 일컫는 세연은 연쇄자살을 꾀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뛰어난 외모와 똑똑한 머리의 세연과 친구였던 주인공과 그녀의 친구 추윤영, 경영학과 동기인 휘영, 후배인 병권은, 세연이 죽고 5년뒤 그 뒤를 잊기로 한다. 이미 세연은 연쇄자살을 준비해 그 계획에 친구들을 끌여들였고, 시간이 흘러 친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지만, 우연히 '와이두유리브닷컴(why do you live)"라는 사이트에서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된다. 세연이 남겨둔 사이트의 기록은 경악을 금치 못할 내용들이고 친구들은 몰랐던 내면을 낯낯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계획을 뒷따르기로 선언한다.
○ 작가 : 장강명
1975년생으로 올해 49세이다. 저자는 놀랍게도 도시공학과 출신이다. 엄청난 책은 국어국문 전공 출신만 쓰는 게 아니었다. 건설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동아일보>에서 11년간 근무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 '표백'으로 2011년 데뷔를 했다. 그 밖에도 '열광금지, 에바로드',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등 어디서 들어봤을 정도의 유명한 소설을 집필했다. 모두 수상받은 작품.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 도 한창 유행했었다.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내용이 간간이 등장하니 그 재미도 한몫한다.
○ 총평
10년 전 소설로 사회풍자소설로 장강명 작가의 등단작품이기도 하다. 오래된 소설인데도 부조리한 세계에서의 청년들을 담아내 지금 보아도 위화감이 전혀 없다. 사실, 신간 소설인 줄 알았다. 소설이 시대를 담는다는 말이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고 새삼 느꼈다. 필력도 너무 좋아 스르륵 읽히는데 현대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어 입이 떡 벌어지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실 흡입력이 강한 이유는 세 가지로 본다. 첫 번째, '야한 장면'이 있어서 그렇지 싶다. 책을 열고 슬슬 지루해질 때쯤 등장하는 야한 씬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해준다.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읽어버릴 수 있는 힘을 되기도 한다. 두 번째, 야한 장면 외에도 '자살'이라는 사건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도대체 결말이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가 없다. 마지막, 캐릭터들이 현실적이면서 매력적이다. 최고 인기녀가 죽었는데, 그녀가 한 짓, 귓속말로 친구들을 어떻게 꾀었는지 유도했는지 캐릭터까지 매력적이다.
왜 영화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누군가는 이 책의 ‘자살 선언문’을 인용하며 sns에 큰 소동을 불러일으켰단다. 대단한 소설이면서 동시에 엄청난 논쟁거리가 되며 사회에서 악용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소설인 것이다. 게임으로 폭력을 하는 개의치 않게 되는 세상에 이 정도 파급력을 가진 소설이라면 언젠가 정말 큰일이 나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도 올바른 사고를 하는 지식인들은 꼭 한 번 읽어봐야 한다고 감히 추천해본다.
회색인간

김동식 지음
요다 / 2017.12.
○ 줄거리
단편소설집으로 24편을 묵어내었다. '회색인간'은 그중에 한 개의 스토리에 불과하다. '낮 인간, 밤 인간', '돈독 오른 예언가',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들' 등 저자가 수년간 노동을 하면서 떠올렸던 이야기를 담았다. 서로 외면하는 노동자들, 일만하고 이기적인 사람들, 비정상적이기도 정상적이기도 한 사람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 어리석고 이기적인지를 낱낱이 보여주는 참신한 소설. 등장인물들은 외모나 특징이 크게 없지만, 그들의 내면은 우리 사회에 썪어 문드러진 사람들부터 깨어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상식을 벗어난다.
○ 작가 : 김동식
사실 이 책은 작가님이 흥미로와 더 유명해졌다. 저자는 1985년에 태어나 올해 39세다. 바닥타일 기술을 배워 주물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대학도 안 나왔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소설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맞춤법도 다 틀리고 느낌표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3개씩 쓰면, 사람들이 댓글로 맞춤법도 알려고 느낌표도 한 개만 쓰라고 알려주어 수정했며 계속 썼다고 한다. 거의 매일 사이트에 올려서 단편소설이 쌓여갔고 모아서 출판을 하게 되었다는 김동식 작가. 무엇이든 노력은 배신을 못하나보다. 재능도 있었겠지만, 매일매일 글을 쓰는 꾸준한 노력은 그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저자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회색인간'이 김동식 작가의 대표도서지만, 그동안 써왔던 소설을 엮은 단편소설집이 많다. 그동안 읽어왔던 소설과 다른 결이며, 접해본 적 없는 생소한 전개방식과 스토리라서 호불호가 갈릴 순 있겠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고픈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작가이며 책이다.
○ 총평
소설들은 어두운 배경으로 짧지만 묵직한 여운을 준다. 정말로 기묘하고 기괴하고 독특한 책이다.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단편 이야기들이 가득인데 흥미롭기까지 하다. 덧붙여 생각할 여지도 남겨둔다. 그렇게 그는 한국을 풍자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의 이름은 같다. 그래서 더 신박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김동식 작가님의 배경이 더욱 놀라게 한다. 소설 쓰기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 없지만, 인터넷 카페에 맞춤법을 틀리면서도 끊임없이 올리던 소설이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소설이 되었다. 끊임없는 그의 노력으로 이런 놀라운 이야기들이 탄생했다.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으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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